가족 간 계좌이체, 증여세 걸리지 않으려면

얼마 전, 잘 아는 형님이 저녁 자리에서 하소연을 하셨습니다. 세무조사를 받고 세금을 적지 않게 물게 됐다는 겁니다.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상속을 정리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정부가 특정 지역을 전수 조사하면서, 과거의 일이 드러난 거죠.

사연은 이랬습니다. 어머님이 돌아가시기 전, 통장에서 매일 현금으로 200만 원씩 찾아 따님에게 건네셨다고 합니다. 따님은 그 돈을 ATM으로 자기 계좌에 입금했고요.

어르신 입장에서는 ‘현찰로 줬으니 설마 알겠어’ 하셨던 겁니다. 하지만 세무조사는 달랐습니다. 어머님이 돈을 찾은 시기와 가족이 현금을 입금한 시기를 하나하나 대조해, 사실상 같은 증여로 본 거죠.

현금 입출금도 이렇게 밝혀내는데, 계좌이체는 더 쉽게 드러납니다. 그리고 계좌이체는 확실한 명목이 없으면, 증여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형님도 결국 과거에 어머님과 주고받은 계좌이체 때문에 이번에 많은 세금을 맞았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그날 저녁 밥값은 제가 냈습니다.

이 이야기가 남의 일 같지 않은 이유가 있습니다. 부모와 자녀 사이의 돈은 생각보다 훨씬 꼼꼼히 들여다보이고, 특히 상속이 시작되면 과거 몇 년간의 거래까지 되짚어 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가족끼리 오간 돈은 전부 증여세 대상일까요? 다행히 그렇지는 않습니다. 어디까지가 안전지대이고 어디부터 조심해야 하는지, 그 경계를 하나씩 정리해 보겠습니다.

가족 간 이체가 전부 증여는 아닙니다

먼저 안심할 부분부터 말씀드리면, 가족끼리 오가는 돈이 모두 증여세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주는 생활비, 교육비, 통상적인 용돈처럼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수준의 돈은 비과세입니다. 명절에 오가는 축의금이나 부의금도 마찬가지죠.

즉 함께 사는 가족의 생활을 위해 쓰는 돈은 대부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생활을 위한 돈’의 선을 넘어, 재산을 대가 없이 옮겨 주는 성격의 이체입니다. 이 구분이 핵심입니다.

그럼 언제 증여세가 붙을까

증여세는 대가 없이 재산이 이전될 때 붙는 세금입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전세 보증금이나 주택 구입 자금을 대 주거나, 목돈을 넘겨 주식·부동산을 사게 하는 경우가 대표적이죠.

특히 조심할 것은, 생활비 명목으로 보낸 돈이라도 그 돈을 쓰지 않고 모아 투자나 부동산 취득에 사용하면 증여로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용돈’이라는 이름이 아니라 ‘실제로 어떻게 쓰였는가’가 판단 기준이 되는 셈입니다.

관계별로 다른 공제 한도

다행히 대가 없이 주는 돈이라도, 관계에 따라 일정 금액까지는 증여세가 면제됩니다. 이 공제는 10년을 단위로 적용됩니다.

관계별 10년 증여공제 한도: 배우자 6억, 성년 자녀 5천만, 미성년 2천만, 기타 친족 1천만 원
이미지: 뱅커노트 자체 제작

배우자에게는 6억 원까지, 성년 자녀에게는 5천만 원까지, 미성년 자녀에게는 2천만 원까지 공제됩니다. 형제자매나 그 밖의 친족은 1천만 원까지입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53조 기준)

이 한도 안에서 주고받는 돈은 신고하더라도 낼 세금이 없습니다. 다만 이는 증여자별·10년 합산 기준이며, 한도를 넘거나 차명·사전증여로 판단되면 과세될 수 있습니다. 큰 금액이라면 계획 단계에서 미리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가장 흔한 오해 — ‘부모 각각 5천만’?

여기서 많은 분이 착각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아버지한테 5천만 원, 어머니한테 또 5천만 원, 그래서 1억 원까지 괜찮다”는 이야기죠.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은행에서 오래 일하다 보면, 이 ‘부모 각각’ 계산을 철석같이 믿고 있다가 한도를 넘기고 나서야 걱정하는 분을 드물지 않게 봤습니다.

증여 공제에서 부모, 즉 직계존속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합쳐서 하나로 봅니다. 아버지에게 3천만 원, 어머니에게 2천만 원을 받았다면 합쳐서 5천만 원이고, 그 한도까지만 공제됩니다. 따로따로 계산되지 않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결혼·출산이면 한도가 더 늘어납니다

자녀가 결혼하거나 아이를 낳는 경우에는, 부모가 도와줄 수 있는 한도가 크게 넓어집니다. 기본 공제 5천만 원에 더해, 혼인·출산 증여공제로 최대 1억 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습니다. 합치면 최대 1억 5천만 원까지 세금 없이 물려줄 수 있는 셈이죠.

결혼·출산 시 기본 공제 5천만 원에 혼인·출산 공제 최대 1억 원을 더해 최대 1억 5천만 원까지
이미지: 뱅커노트 자체 제작

다만 조건이 있습니다. 혼인신고일 전후 각 2년 이내, 또는 자녀 출생일부터 2년 이내에 직계존속으로부터 받은 재산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혼인 공제와 출산 공제를 각각 1억 원씩 받는 것이 아니라, 둘을 합쳐 평생 1억 원이 한도입니다. 결혼 때 1억 원을 다 썼다면 출산 때는 추가로 받을 수 없습니다.

’10년 합산’을 반드시 기억하세요

공제 한도에서 가장 놓치기 쉬운 것이 10년 합산 규칙입니다. 공제는 한 번에 주는 금액이 아니라, 같은 사람으로부터 10년 동안 받은 금액을 모두 합쳐서 따집니다.

3년 전에 부모에게 3천만 원을 받았다면, 지금은 남은 2천만 원까지만 공제되는 식이죠. 그래서 자녀에게 목돈을 물려줄 계획이라면, 10년 주기를 활용해 나눠서 증여하는 방법이 자주 쓰입니다. 미리 계획을 세워 두면 같은 금액이라도 세금을 훨씬 줄일 수 있습니다.

계좌이체할 때 이렇게 챙기세요

  • 이체 목적을 남깁니다. 생활비·교육비라면 이체 메모나 정황으로 그 성격이 드러나게 해 두면 좋습니다.
  • 큰 금액은 증빙을 챙깁니다. 전세 자금이나 주택 자금을 도왔다면 차용증이나 증여 신고 등 근거를 남깁니다.
  • 한도를 넘으면 신고합니다. 공제 한도를 넘는 증여는 받은 날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안에 신고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공제 안이라도 신고해 두면 좋은 이유

공제 한도 안이라 낼 세금이 없더라도, 증여 사실을 신고해 두면 나중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자녀가 그 돈으로 집을 살 때, ‘이 자금은 언제 어떻게 마련한 것’이라는 근거가 되어 자금 출처 소명이 수월해집니다. 실제로 자금 출처를 소명하지 못해 곤란을 겪는 경우를 보면, 기록을 남겨 두는 것이 결국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라는 걸 느낍니다.

‘가족끼리는 괜찮다’는 착각

  • “가족끼리 보낸 돈은 다 괜찮다” — 생활비는 괜찮지만, 재산을 옮기는 성격의 큰 이체는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 “소액이면 무조건 안전하다” — 10년간 쌓이면 합산되니, 반복되는 이체도 누적 금액을 봐야 합니다.
  • “신고 안 하면 모른다” — 금융 거래는 기록으로 남고, 자금 출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드러날 수 있습니다.

몰라서 내는 세금이 가장 아깝습니다

증여세는 몰라서 손해 보기 쉬운 세금입니다. 반대로 관계별 한도와 10년 합산, 혼인·출산 공제를 잘 활용하면 상당한 재산을 합법적으로, 세금 부담을 크게 줄여 다음 세대로 넘길 수 있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계산은 사안마다 달라, 큰 금액은 반드시 전문가 확인이 필요합니다.

무작정 큰돈을 옮기기보다, 계획을 세워 나눠 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제 경험상, ‘가족끼리인데 뭐 어때’가 가장 위험한 생각입니다.

이렇게 계획하면 세금이 줄어듭니다

같은 금액을 물려주더라도, 계획에 따라 세금이 크게 달라집니다. 세금을 덜 내는 분들은 대체로 이렇게 합니다.

  • 미리, 나눠서 줍니다. 10년 주기를 활용해 한 번에 몰아주지 않으면 공제를 여러 번 받을 수 있습니다.
  • 일찍 시작합니다. 자녀가 어릴 때부터 조금씩 증여하고 신고해 두면, 그 돈이 불어난 부분은 자녀 몫이 되어 나중에 세금을 아낄 수 있습니다.
  • 증여 후 반드시 신고합니다. 낼 세금이 없어도 신고 기록이 훗날 자금 출처를 지켜 줍니다.

이런 경우 특히 조심하세요

반대로, 무심코 넘겼다가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래 상황은 자금 출처 조사에서 증여로 볼 수 있어 특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 자녀 명의로 집을 사면서 부모가 자금 상당 부분을 대는 경우
  • 부모 계좌에서 자녀 계좌로 큰돈을 옮겨 두고, 그 돈으로 주식·부동산에 투자하는 경우
  • ‘빌려준 것’이라면 차용증과 이자 지급 기록 등 실제 대여의 증거가 있어야 인정됩니다

이런 경우는 큰돈이 움직이기 전에 미리 세무 전문가와 상의해 두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숫자로 한 번 더 정리하면

헷갈릴 때는 이 숫자만 떠올리면 됩니다.

  • 배우자 사이: 6억 원
  • 부모 → 성년 자녀: 5천만 원 (미성년 자녀는 2천만 원)
  • 결혼·출산: 기본 공제에 더해 최대 1억 원 (합쳐 최대 1억 5천만 원)
  • 기준 기간: 10년 합산

모두 ‘같은 사람으로부터 10년 동안 받은 금액을 합쳐서’ 따진다는 점만 잊지 않으면, 대부분의 상황은 스스로 가늠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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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여재산공제 한도와 요건은 세법 개정과 개인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 정보이며 세무 상담을 대신하지 않으니, 큰 금액을 증여하기 전에는 국세청(국세상담센터 126)이나 세무 전문가에게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작성: 30년 은행 근무 경력의 뱅커노트, 2026년 9월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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