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 은행은 왜 마이데이터를 반겼으면서도 두려워했나
2020년 데이터 3법이 통과됐을 때
은행권의 공식 반응은 “적극 환영”이었어요.
보도자료에는 “혁신 금융 서비스 제공의 기회”라는 표현이 가득했죠.
하지만 실제 내부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저는 당시 하나은행을 포함한 여러 은행의 컨설팅 현장에서 이 분위기를 직접 느꼈어요.
긴급 TF가 꾸려지고, 임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회의를 하고,
“우리 어떻게 대응할 거냐”는 말이 오가던 그 분위기.
겉으로는 환영했지만 속으로는 두려워했던 이유,
그리고 이 경쟁에서 가장 큰 혜택을 받은 건 누구인지 오늘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은행이 진짜 두려워한 세 가지 이유
이유 1 — 고객 데이터 독점 시대의 종말
지금까지 은행은 고객 데이터의 절대적 독점자였어요.
A은행 고객의 모든 금융 정보는 오직 A은행만 알고 있었죠.
고객이 매달 얼마를 버는지, 어디에 쓰는지, 얼마를 저축하는지, 어떤 보험에 가입했는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맞춤형 마케팅을 하고,
적절한 타이밍에 상품을 추천했어요.
데이터가 곧 경쟁력이었습니다.
고객을 더 잘 알수록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더 많은 상품을 팔 수 있었으니까요.
마이데이터가 시행되면서 이 독점이 깨졌어요.
고객이 동의하면 은행만 알고 있던 고객 정보가 토스·뱅크샐러드·카카오페이로 흘러가게 됐습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수십 년에 걸쳐 공들여 쌓아온 데이터 자산이 경쟁사에게 열리는 충격적인 순간이었어요.
이유 2 — 핀테크의 역습
마이데이터가 시행되면서 핀테크가 할 수 있는 일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이전에는 토스·뱅크샐러드가 스크래핑으로 제한적인 정보만 가져올 수 있었어요.
하지만
마이데이터를 통해 고객의 전체 금융 현황을 법적으로,
정확하게 받을 수 있게 됐죠.
그러자 이런 서비스가 등장했어요.
“고객님, A은행 대출 금리가 연 5%인데 B은행에서는 연 3.8%에 가능해요.
지금 갈아타시겠어요?“
은행 입장에서는 자신의 고객 접점이 경쟁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상황이 된 거예요.
실제로 마이데이터 시행 이후 대환대출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활성화됐어요.
2023년 온라인 대환대출 플랫폼이 출시되면서 대출 갈아타기가 쉬워졌고,
은행들은 금리 경쟁을 더 치열하게 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저는 당시 컨설팅 현장에서 은행 영업 담당 임원이 이런 말을 하는 걸 직접 들었어요.
“우리가 10년 동안 공들여 키운 고객을 핀테크가 앱 하나로 데려가고 있다.”
그만큼 위기감이 컸습니다.
이유 3 — 빅테크의 금융 침공
네이버·카카오·삼성 같은 빅테크들도 마이데이터 허가를 받았어요.
이들이 가진 데이터 경쟁력은 생각보다 훨씬 강력했습니다.
이미 수천만 명의 일상 데이터를 갖고 있었거든요.
카카오는 메신저·이동·쇼핑 데이터를 이미 보유하고 있었어요.
여기에 금융 데이터까지 더해지면 초개인화 서비스가 가능해져요.
은행이 30년 동안 쌓아온 고객 관계를 빅테크가 훨씬 풍부한 데이터로 단숨에 뛰어넘을 수 있는 상황이 된 거예요.
은행 임원들이 가장 두려워했던 시나리오가 바로 이것이었어요.
“우리가 금융 데이터는 갖고 있지만,
빅테크는 생활 데이터까지 갖고 있다.
고객을 더 잘 아는 건 우리가 아닐 수 있다.“
은행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전략
두려워만 할 수는 없었어요.
은행들은 빠르게 생존 전략을 수립했습니다.
전략 1 — 마이데이터 사업자로 직접 참전
모든 시중은행이 마이데이터 사업자 허가를 받았어요.
방어에서 공격으로 전환한 거예요.
핀테크가 마이데이터로 내 고객을 빼앗아가려면
우리도 더 좋은 마이데이터 서비스로 고객을 붙잡겠다는 의지였습니다.
처음에는 준비가 부족해서 핀테크보다 늦게 서비스를 출시한 은행도 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은행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더 정교해진 곳도 많아요.
전략 2 — 금융지주 관계사 시너지 극대화
은행이 핀테크에 비해 압도적으로 유리한 점이 있었어요.
바로 그룹사예요.
토스는 은행 데이터를 API로 받아올 수 있어요.
하지만 은행들은 그룹 관계사와 통합 마케팅을 활용하여,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많습니다.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관계사들이 연합하여 초기 회원가입 이벤트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함께 했어요.
서비스 브랜드 이름을 **”하나합(HAP)”**으로 정한 것도 이런 전략의 결과예요.
다른 마이데이터 사업자들과 달리
고객에게 하나의 통합된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철학을 담은 이름입니다.
제가 이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했기 때문에 이런 과정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어요.
하나은행·KB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 등은
각각 그룹사 전체 데이터를 통합해서 핀테크가 따라올 수 없는 종합 금융 서비스를 구축했습니다.
전략 3 — AI와 초개인화
데이터 독점 시대는 끝났지만,
은행은 여전히 분석 역량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어요.
단순 조회를 넘어 AI로 고객별 맞춤 상품을 추천하고,
생애주기에 맞는 금융 솔루션을 제안하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고도화했습니다.
하나은행의 경우 생성형 AI를 영업점 창구에 도입해서,
고객의 마이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요약하고, 직원이 맞춤 상담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선보였어요.
제가 직접 이 프로젝트를 수행했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준비가 들어갔는지 잘 알고 있어요.
이 경쟁의 진짜 승자는 소비자예요
은행과 핀테크·빅테크의 치열한 경쟁. 이 싸움에서
가장 큰 혜택을 받은 건 누구일까요?
바로 소비자예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런 변화가 생겼어요.
금리 경쟁 심화
→ 대출 금리가 낮아지고, 예금 금리가 높아졌어요.
마이데이터로 금리 비교가 쉬워지면서
은행들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지 않으면 고객을 잃게 됐거든요.
서비스 품질 향상
→ 고객 경험이 나쁘면 바로 다른 앱으로 이동하는 시대가 됐어요.
은행들이 앱 UI·UX 개선에 엄청난 투자를 하게 됐죠.
정보 비대칭 해소
→ 예전에는 은행만 고객의 전체 금융 현황을 알고 있었어요.
이제는 고객도 자신의 금융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어요.
정보의 주도권이 은행에서 소비자로 넘어온 거예요.
마치며 — 이 경쟁을 영리하게 활용하세요
마이데이터 2.0 시행으로 이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어요.
의료·공공 데이터까지 연계되는 방향으로 확대되면서 데이터를 둘러싼 경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거예요.
그리고 그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소비자가 받는 혜택은 더 커질 거예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있어요.
금리를 비교하고 더 좋은 조건으로 갈아타세요.
더 좋은 서비스를 찾아 이동하세요.
내 데이터를 활용해서 더 유리한 금융 생활을 만드세요.
은행·핀테크·빅테크가 내 고객을 잡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이 시대.
그 치열한 경쟁의 가장 큰 수혜자는 결국 소비자였습니다.
마이데이터가 만들어준 권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세요.
다음 편에서는 마이데이터로 실전 재테크하는 방법, 실제로 돈 버는 완전 가이드를 전해드리겠습니다.
뱅커노트 (Banker’s Note)
30년 금융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디지털 금융과 마이데이터 이야기를 쉽게 풀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