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이터 개인정보보호와 데이터활용 두 가지를 동시에 잡아야 해요
저는 마이데이터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가장 긴 시간이 걸렸던 회의가 있어요.
기술 회의도 아니고, 시스템 설계 회의도 아니었어요. 바로 개인정보보호부와의 업무 협의였어요.
한쪽에는 개인정보보호부가 있었어요. 고객 데이터를 보호하는 것이 최우선인 부서였죠.
다른 한쪽에는 마이데이터사업부가 있었어요.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부서였어요.
첫 회의 시간부터 두 부서 직원들은 열띤 토론으로 시작했어요. 정보보호부 유 차장님은 마이데이터 정보는 엄청나기 때문에 조회 범위와 활용범위를 축소해라, 사고 나면 누가 책임질 거야? 하면서 무척 방어적이었어요.
반면 마이데이터사업부 권 차장님, 박 과장님은 그렇게 너무 제한적으로 사용하면 좋은 서비스와 다른 은행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면서 열띤 공방을 했어요.
두 부서 모두 틀린 게 아니에요. 각자의 역할에 충실한 거예요.
그런데 그 간극을 좁히는 과정이 정말 쉽지 않았어요.
이 경험이 저에게 하나의 확신을 줬어요.
개인정보보호와 데이터활용은 대립하는 게 아니라, 균형을 찾아야 하는 것이라는 확신이었어요.
오늘은 마이데이터 시대에 내 개인정보가 어떻게 보호되는지, 그리고 소비자로서 어떻게 지킬 수 있는지 이야기해드릴게요.
마이데이터 개인정보보호부와 마이데이터 사업부 논쟁
저는 마이데이터 프로젝트를 하는 동안 내내 현장에서 두 부서의 열띤 논쟁을 지켜봤어요.
마이데이터 사업부 입장은 이랬어요.
“고객이 마이데이터 마케팅에 동의했으니까, 타행 적금 만기 정보를 영업점 직원 화면에 그대로 보여줘도 된다.”
개인정보보호부 입장은 달랐어요.
“마케팅 동의를 했다고 해서 타행의 정확한 잔액 정보까지 직원에게 노출하는 건 과도하다. 구간으로 표시해야 한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법령과 가이드라인이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거예요. “이 데이터를 이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법령상 허용되는가?” 공문을 보내고 답변을 기다리는 과정이 수 주씩 걸리는 경우도 있었어요.
답변이 오면 또 내부 협의를 거치고, 그 해석을 바탕으로 시스템 설계를 수정하는 과정이 반복됐어요. 한 가지 사안을 결정하는 데 몇 달이 걸리기도 했어요.
프로젝트 일정이 늘어지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과정이에요. 빨리 가고 싶어도 빨리 갈 수 없었어요. 하지만 이 과정이 있었기에 마이데이터 시스템이 더 안전해질 수 있었어요.
결국 타행 자산 정보는 정확한 금액이 아니라 구간 정보로 제공하기로 결론이 났어요. “3,000만 원”이 아니라 “1,000만 원 이상 5,000만 원 미만”으로 보여주는 방식이에요.
마이데이터사업부 입장에서는 아쉬웠겠지만, 저는 이 결론이 맞다고 생각했어요.
고객 데이터를 다루는 데는 항상 최소 필요 원칙이 적용돼야 하니까요.
마이데이터 개인정보보호 — 마이데이터는 전례 없는 서비스였다
마이데이터 개인정보보호가 이렇게 복잡한 이유가 있어요. 마이데이터는 금융권에서도 처음 경험하는 새로운 서비스였어요.
법령은 새로 만들어졌지만, 실제 운영 현장에서 발생하는 수백 가지 세부 상황을 법령이 모두 커버할 수는 없었어요. “이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질문이 매일 쏟아졌어요.
그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개인정보보호부와 마이데이터 사업부가 각자의 입장을 지키면서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 그것이 마이데이터 구축 현장의 실제 모습이었어요.
마이데이터 개인정보보호 3가지 원칙
저는 프로젝트 내내 개인정보보호부와 마이데이터 사업부 간 열띤 공방과 토론을 거쳐 결국 마이데이터 개인정보보호의 핵심 원칙 3가지를 정하고 나서, 저와 현업부서는 마이데이터 활용 범위를 정했어요.
원칙 1 — 동의한 범위 내에서만 활용
마이데이터는 고객이 동의한 목적과 범위 내에서만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어요.
마케팅 동의를 한 고객에게는 맞춤 상품 추천이 가능하지만, 동의하지 않은 고객의 데이터는 절대 마케팅에 쓸 수 없어요.
원칙 2 — 최소 수집 원칙
필요한 정보만 최소한으로 수집하고 활용해야 해요.
영업 목적에 필요한 정보만 가공해서 보여주고, 불필요한 세부 정보는 노출하지 않는 방식으로 설계했어요.
개인정보보호부와의 협의가 길고 힘들었지만, 결국 이 원칙을 지키는 방향으로 결론이 났어요.
원칙 3 — 안심 제공 시스템 의무화
마이데이터 2.0에서 새롭게 도입된 원칙이에요.
제3자에게 내 정보를 제공할 때 금융보안원이 운영하는 안심 제공 시스템을 반드시 경유해야 해요. 내 데이터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추적하고 통제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 거예요.
금융 소비자가 알아야 할 개인정보보호 수칙
저는 개인적으로 금융 소비자가 알아야 할 개인정보 수칙을 제 경험에 비추어서 아래와 같이 권유해드리고 싶어요.

▲ 금융 소비자가 알아야 할 마이데이터 개인정보보호 수칙 4가지 (직접 재구성)
수칙 1 — 연동된 앱 주기적으로 점검하기
내가 어떤 마이데이터 앱에 동의를 해뒀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하세요. 사용하지 않는 앱은 동의를 철회하는 게 좋아요.
▷ 확인 방법: 대부분의 마이데이터 앱은 설정 메뉴에서 연결 기관과 동의 현황을 확인할 수 있어요.
수칙 2 — 마케팅 동의 범위 확인하기
마이데이터 가입 시 마케팅 동의를 했다면, 어떤 범위로 동의했는지 확인해보세요. 원치 않는 마케팅 연락이 온다면 마케팅 동의를 철회할 수 있어요.
▷ 철회 방법: 각 마이데이터 앱 → 설정 → 마이데이터 관리 → 마케팅 동의 해제
수칙 3 — 제3자 제공 동의 꼼꼼히 확인하기
가입 시 “제휴사”, “파트너사” 같은 모호한 표현의 제3자 제공 동의는 꼼꼼히 읽어보세요. 어떤 회사에, 어떤 목적으로 내 정보가 제공되는지 명확히 확인하고 동의하세요. 불분명하면 동의하지 않는 게 안전해요.
수칙 4 — 쓰지 않는 앱 동의 철회하기
마이데이터 2.0에서 1년 이상 미접속 시 정보가 자동 삭제되도록 강화됐지만, 기다리지 말고 직접 철회하는 게 더 안전해요. 지금 당장 사용하지 않는 마이데이터 앱이 있다면 동의를 철회하세요.
마이데이터 개인정보보호와 데이터 활용의 균형이 마이데이터의 미래다
개인정보보호부와 마이데이터사업부가 치열하게 협의하고,
금융위원회와 금융보안원에 질의를 보내며 하나하나 결론을 만들어가던 현장이 지금도 제 기억은 생생해요.
느리고 답답했어요. 빨리 가고 싶었지만 빨리 갈 수 없었어요.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과정이 마이데이터를 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게 만든 토대였어요.
개인정보보호를 너무 강하게 하면 마이데이터 활용 가치가 떨어져요.
반대로 활용만 앞세우면 고객의 신뢰를 잃어요. 개인정보보호와 데이터 활용의 균형. 이것이 마이데이터가 지속 가능하게 성장하는 핵심 조건이에요.
내가 동의한 범위를 알고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습관이 마이데이터 시대를 현명하게 살아가는 방법이에요.
다음 편에서는 곧 다가오는 개인사업자 마이데이터, 지금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이야기해드릴게요.
뱅커노트 (Banker’s Note)
30년 금융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디지털 금융과 마이데이터 이야기를 쉽게 풀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