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와는 평생 담쌓고 살았지만, 노후 걱정은 없는 친구가 있습니다. 공무원 정년 연금 덕분이죠.
오늘은 평생 제복을 입었던 친구, 친구 J입니다. 올해 정년으로 제복을 벗습니다.
다른 친구들과는 또 다른, 조금 특별한 이야기입니다.
파출소 포스터 한 장이 바꾼 인생
친구 J는 법대를 나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청년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점심을 먹고 들어가는 길이었죠. 파출소 앞에 붙은 경찰 특별채용 공고 포스터를 봤습니다.
별생각 없이 원서를 냈고, 시험에 붙어 경찰이 되었습니다. 1990년대 초, 그렇게 30년 넘는 제복 인생이 시작됐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신기한 일입니다. 그날 그 포스터를 못 봤다면, J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을 테니까요.
아쉬움 하나, 그리고 늦게 핀 꽃
작은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그가 특채로 들어가던 무렵엔, 시작 계급이 낮은 편이었거든요.
시작이 한 칸 낮으니, 진급 길도 그만큼 멀고 더뎠습니다.
그래도 법대 출신답게 J는 수사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았습니다. 굵직한 특별수사와 외부 기관 근무까지, 남들이 부러워할 경력을 쌓았죠.
큰 사건을 맡으면 몇 달씩 집에도 못 들어가던 시절이었습니다. 승진보다 사건이 먼저인 사람이었죠.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을 늘 품고 살았지만, 맡은 일만큼은 끝까지 파고드는 성격이었습니다.
젊을 때 특진 기회가 몇 번 스쳤지만, 이런저런 사건에 치이며 번번이 늦어졌습니다.
그런데 인생은 모르는 겁니다. 퇴직을 몇 해 앞두고, 생각지도 못한 승진이 찾아왔습니다.
경정, 경찰서의 넘버2 자리였습니다. 친구 중 골프도 가장 늦게 배운 그가, 말년에 가장 화려한 꽃을 피운 셈이죠.
“올해가 골프 마지막이야”
요즘 J를 만나면 우는 소리부터 합니다.
“올해가 골프 마지막이야. 여행도 마지막이고.”
평생 제복이 곧 자신이던 사람에게, 그 옷을 벗는다는 건 단순한 은퇴가 아닙니다. 정체성 하나가 저무는 일이죠.
출근할 곳이 없어지고, 나를 부르던 직함이 사라진다는 것.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허전함입니다. 그래서 J의 ‘우는 소리’가 저는 마냥 엄살로 들리지 않습니다.
재테크는 못 했지만, 든든한 공무원 정년 연금
솔직히 J는 재테크와 거리가 멀었습니다.
공무원 박봉에, 또 이런저런 사정에 목돈을 굴릴 여유가 없었으니까요. 돈을 크게 불려본 적도, 그럴 형편도 아니었습니다.
박봉이라고 인색하게 굴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후배들 밥값에 경조사, 어려운 사람 사정까지 챙기다 보면 월급은 늘 빠듯했죠. 그런 사람에게 목돈이 남았을 리 없습니다.
그런데 저는 J의 노후가 그리 걱정되지 않습니다.
이유는 하나, 연금입니다. 경정으로 정년을 맞는 J의 공무원연금은, 경찰 간부답게 생각보다 든든합니다.
공무원연금공단에 따르면 2024년 퇴직 공무원의 월평균 연금은 약 290만 원 수준입니다.
여기에 30년을 훌쩍 넘긴 긴 재직과 간부 경력이 더해지면, J처럼 경정으로 퇴직하는 경우 대략 300만 원 중반 안팎으로 추정됩니다.
대출도 없고 집도 해결돼 있으니, 매달 이만한 돈이 꼬박꼬박 들어오면 노후의 바닥은 든든한 셈이죠.
재테크를 못 한 게 흠처럼 보여도, 평생 나오는 연금 하나가 그 빈자리를 다 메웁니다. 이게 안정적인 공적연금의 힘입니다.
친구들이 “몸조심하라”고 하는 진짜 이유

그래서 우리가 요즘 J에게 가장 자주 하는 말은 딱 하나입니다.
“제발 무사히 마쳐라. 사건사고에 휘말리지 마라.”
농담 같지만 진담입니다. 공무원연금에는 무서운 규정이 있거든요.
재직 중의 일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거나 파면되면, 30년 쌓은 퇴직급여와 연금이 최대 절반까지 깎입니다.
수사와 단속의 최전선에 서다 보면, 본의 아니게 민원과 진정, 소송에 얽히기도 합니다. 정년을 코앞에 두고 뜻밖의 일에 휘말려 명예롭게 마치지 못한 분들을, J도 저도 여럿 봤습니다.
그러니 정년을 앞둔 J에게는 무사히 제복을 벗는 것, 그 자체가 최고의 재테크인 셈이죠.
제복을 벗은 뒤, 무엇을 하며 살까
J도 퇴직 후를 고민 중입니다.
아들이 하는 온라인 쇼핑·구매대행 일을 함께 해볼까 생각도 하고, 한편으론 재취업도 저울질합니다.
경찰 간부(경정 이상) 출신을 찾는 자리가 제법 있다고 하더군요. 다만 평생 조직 안에서 명령과 보고로 움직이던 사람이, 이제 스스로 길을 정해야 합니다. 그 낯섦이 J를 고민하게 만들죠.
아들은 결혼했고 딸도 자리를 잡아, 이제 부부만 챙기면 됩니다.
J의 바람은 소박합니다. 내년부터 연금 외에 약간의 수입만 만들어, 지금처럼 자주는 아니어도 친구들과 정기적으로 골프는 계속하고 싶다는 것.
은행원으로서, 한 가지만
J를 보며 저는 생각합니다.
노후의 안정은 결국 ‘평생 끊기지 않는 돈’에서 옵니다. J는 화려한 재테크는 없었지만, 30년 성실히 쌓은 연금이라는 가장 단단한 자산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그 자산을 끝까지 지키는 법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무사히, 명예롭게 마치는 것.
정년을 앞둔 분이라면,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는 일이 곧 노후 준비의 완성임을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머지않아 친구 J가 30년 제복을 벗고 그 마지막 관문을 잘 통과하길, 옆에서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같은 정년, 다른 노후. 다음 편에서도 또 다른 친구의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 개인 경험과 공개 정보를 바탕으로 한 글이며, 특정 투자·재무 자문이 아닙니다. 공무원연금·급여 제한 관련 사항은 공무원연금공단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