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이터, 6개월이면 끝날 줄 알았던 프로젝트였어요
마이데이터, 이 프로젝트와의 인연은 2021년 1월 어느 날 시작됐어요.
하나은행 마이데이터사업부 팀장님과 커피를 마시며 프로젝트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팀장님이 조용히 말씀하셨어요.
“전무님, 컨설팅사와 함께 들어오셔서 IT와 현업을 연결하는 역할을 맡아주실 수 있을까요?”
그 한마디가 시작이었어요.
2021년 4월 21일, 저는 PwC와 KPMG 컨설팅사와 함께 하나은행 마이데이터 프로젝트 회의실에 처음 들어갔어요. 처음 계약은 6개월이었어요. 저도 그 정도면 프로젝트가 끝날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 6개월은 어느새 5년이 되었고, 저는 마이데이터 초기 구축부터 실시간 디지털마케팅, 마이데이터 2.0, 대면서비스까지 모두 함께하게 됐어요.
마이데이터, 프로젝트보다 더 어려웠던 것은 사람을 연결하는 일이었어요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가장 먼저 느낀 것은 기술보다 사람이 더 어렵다는 사실이었어요.
현업은 고객을 생각했고, IT는 안정적인 시스템을 생각했고, SI 개발사는 일정과 개발 범위를 먼저 고민했어요. 모두 맞는 이야기였지만 서로 바라보는 방향은 조금씩 달랐어요.
제가 맡은 역할은 개발자가 되는 것도, 현업 담당자가 되는 것도 아니었어요.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같은 목표를 바라볼 수 있도록 연결하는 일이었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가장 어려웠던 일도, 가장 보람 있었던 일도 바로 그것이었어요.
(토스가 아닌 은행만의 강점을 찾기로 했던 이야기는 23편에서 자세히 다뤘어요. 그 방향으로 나온 게 ‘나만의 자산관리 스타일’과 ‘또래 비교 서비스’였어요.)
마이데이터, 모두가 안 된다고 했던 일을 2주 만에 끝냈어요
서비스 방향은 정했지만 또 하나의 큰 문제가 생겼어요. SI 개발사는 새로운 서비스를 적용하려면 최소 6개월이 필요하다고 했어요.
서비스 오픈 일정은 다가오는데 핵심 기능은 빠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어요.
회의가 끝난 뒤 현업 차장님들이 찾아와 걱정하는 모습을 여러 번 봤어요. 그 모습을 보며 저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렇게 제안했어요.
“DB 모델링과 개발 로직은 제가 만들겠습니다. 프로그램 구현은 개발사에서 맡아주세요.”
그날부터 거의 프로젝트에만 매달렸어요.
결국 자산관리 스타일과 또래 비교 서비스의 DB 모델링, 배치 프로그램 로직을 2주 만에 완성했고, 예정된 일정 안에 서비스를 적용할 수 있었어요.
6개월이 걸린다고 했던 일이 2주 만에 끝났을 때 가장 기뻐했던 사람은 저보다 현업 직원들이었어요.
그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느꼈어요. 프로젝트는 결국 사람이 함께 만드는 일이라는 것을요.
(이렇게 완성된 서비스가 몇 달 뒤 TV 광고로 나왔던 이야기는 23편에서 다뤘어요 — 권 차장님의 카톡 한 통으로 소식을 들었던 그 밤은 지금도 잊지 못해요.)
마이데이터, 5년 동안 제가 배운 것은 의외로 단순했어요
30년 동안 금융 현장에서 많은 프로젝트를 경험했지만 마이데이터는 제게 가장 오래 기억될 프로젝트가 될 것 같아요.
그 이유는 시스템 때문이 아니었어요. 함께했던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회의가 끝난 뒤에도 남아 방향을 고민하던 현업 직원들, 밤늦게까지 테스트를 반복하던 개발자들,
그리고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마음 하나로 함께했던 모든 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마이데이터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5년 동안 제가 배운 것도 결국 하나였어요.
좋은 금융 서비스는 뛰어난 기술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려는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것이었어요.

▲ 마이데이터, 5년의 여정 (직접 재구성)
마이데이터, 26편을 마치며
2021년 4월 21일. 처음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갔던 그날이 아직도 생생해요. 그때는 이 프로젝트가 제 인생에서 가장 오래 기억될 프로젝트가 될 줄은 몰랐어요.
이 블로그 26편은 단순히 마이데이터를 설명하기 위해 쓴 글이 아니에요. 제가 5년 동안 현장에서 직접 보고, 고민하고, 수없이 회의하고, 함께 만들었던 시간을 기록하고 싶었어요.
혹시 이 글을 읽고 마이데이터가 조금 더 가깝게 느껴졌다면, 그리고 금융이 조금 덜 어렵게 느껴졌다면, 그것만으로도 저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26편 동안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그리고 앞으로도 뱅커노트(Banker’s Note)는 30년 금융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경험한 금융 이야기와 디지털 금융의 변화를 가장 솔직하게 전해드릴게요.
뱅커노트 (Banker’s Note)
30년 금융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디지털 금융과 마이데이터 이야기를 쉽게 풀어갑니다.
너무 재미있고 알차네요!
좋은 스토리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다시 그 때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