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이터 플랫폼 전쟁은 이미 시작됐어요 — 은행은 왜 토스를 따라가지 않았을까요

마이데이터 프로젝트보다 더 많이 이야기했던 것이 있었어요

2021년 봄이었어요. 마이데이터 구축 컨설팅이 한창 진행되던 시기였어요. 거의 매주 회의를 했고, 하루에도 몇 번씩 서비스 방향을 놓고 토론이 이어졌어요.

그런데 신기한 점이 하나 있었어요. 회의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마이데이터’가 아니었어요. 바로 토스였어요.

“UI는 토스처럼 만들어야 합니다.” “카카오페이처럼 직관적이어야 고객이 사용할 겁니다.” 이런 이야기가 회의 때마다 반복됐어요.

마이데이터 TF팀 권 차장님도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토스는 UI·UX만 담당하는 인력이 수십 명, 많게는 수백 명인데 우리는 그만한 인력을 투입하기 어렵습니다.”

그 말을 듣고 저도 쉽게 대답하지 못했어요. 그만큼 당시 은행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생각보다 훨씬 컸어요.

마이데이터, 우리는 토스를 따라가기보다 은행만의 강점을 찾기로 했어요

회의를 계속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 가지 질문이 생겼어요. ‘우리는 정말 토스를 따라가야 할까?’ 처음에는 저도 같은 고민을 했어요.

하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할수록 답은 조금씩 달라졌어요. 은행은 새로운 서비스를 하나 출시하는 데에도 수많은 검토와 승인 절차를 거쳐야 했어요.

금융 규제와 내부 통제도 함께 고려해야 했고요. 반면 핀테크는 훨씬 빠르게 서비스를 만들고 고객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같은 방식으로 경쟁해서는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회의에서 제 의견을 말씀드렸어요.

“우리는 토스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은행만이 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 한마디 이후 회의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UI·UX를 포기한 것은 아니었어요.

결국 인사부를 통해 빅테크에서 디자인을 총괄하던 이 팀장님을 영입하게 됐어요.

처음 함께 일할 때는 문화 차이가 정말 컸어요. 은행은 회의를 충분히 거쳐 방향을 결정하는 조직이었다면, 이 팀장님은 먼저 시안을 만들어 보여주고 빠르게 수정하는 방식에 익숙했어요.

기존 디자인 담당자들과 의견이 부딪히는 일도 종종 있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모두가 공감하게 됐어요. 고객의 입장에서 서비스를 바라보는 방식만큼은 우리가 꼭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요.

결국 프로젝트 후반부에는 은행의 신뢰와 빅테크의 사용자 경험을 함께 담아내는 방향으로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어요.

마이데이터, 우리가 선택한 것은 ‘자산관리’였어요

결국 저희가 선택한 것은 화려한 화면이 아니었어요. 은행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자산관리였어요.

고객의 금융 데이터를 분석하고, 금융 성향을 이해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어요.

그 방향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만든 서비스 가운데 하나가 ‘나만의 자산관리 스타일 8가지’였어요.

서비스를 기획하는 과정에서는 SI 개발사와 의견이 부딪히기도 했고, 현업 부서와도 정말 많은 토론을 했어요. 하지만 모두가 공감했던 것은 하나였어요.

“은행다운 마이데이터를 만들자.”

그것이 우리가 선택한 전략이었어요.

마이데이터, 광고를 술자리에서 처음 봤어요

프로젝트가 마무리될 무렵이었어요. 2021년 12월 어느 날 저녁, 지인들과 약속이 있어 술 한잔하고 있었어요.

그때 권 차장님에게 카카오톡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어요. 유튜브 링크와 함께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어요.

“전무님, 감사합니다. 내일부터 광고 나갑니다.”

링크를 눌러보니 하나은행 마이데이터 광고였어요. 댄서 아이키가 출연했던 광고였는데, 저희가 몇 달 동안 고민하며 만들었던 ‘나만의 자산관리 스타일’ 서비스가 실제 광고 속에 담겨 있었어요.

그 순간은 지금도 잊지 못해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힘들었던 기억보다 우리가 고민했던 방향이 실제 고객에게 전달된다는 사실이 더 뿌듯하게 느껴졌어요.

마이데이터 플랫폼 전쟁은 결국 고객을 얼마나 잘 이해하느냐의 경쟁이었어요

많은 분들은 마이데이터 플랫폼 전쟁을 은행과 토스, 카카오의 경쟁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틀린 말은 아니에요. 하지만 제가 프로젝트를 하면서 느낀 것은 조금 달랐어요.

진짜 경쟁은 누가 더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었어요. 그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얼마나 편리한 경험을 제공하느냐였어요.

마이데이터 플랫폼 전쟁, 각자 다른 무기를 들고 나왔어요

▲ 마이데이터 플랫폼 전쟁, 각자 다른 무기를 들고 나왔어요 (직접 재구성)

강점은 서로 달랐지만 결국 모두가 향한 곳은 하나였어요. 바로 고객이었어요.

마이데이터, 제가 플랫폼 전쟁을 보며 얻은 결론이에요

프로젝트를 마친 뒤 가장 크게 느낀 것이 하나 있어요. 처음에는 은행과 토스, 카카오가 서로 경쟁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어요.

고객은 특정 금융회사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편리한 서비스를 선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결국 플랫폼 전쟁은 금융회사가 금융회사를 이기는 경쟁이 아니라, 고객 경험을 누가 더 잘 설계하느냐의 경쟁이었어요.

앞으로 AI와 개인사업자 마이데이터, 의료·공공 마이데이터까지 연결되면 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거예요.

하지만 저는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고 생각해요. 기술은 계속 발전하겠지만,

고객을 가장 깊이 이해하고 가장 편리한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결국 선택받게 될 거예요.

다음 편에서는 디지털 환경이 빠르게 바뀌는 가운데, 디지털 취약계층은 마이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현장에서 느꼈던 경험을 중심으로 이야기해볼게요.


뱅커노트 (Banker’s Note)
30년 금융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디지털 금융과 마이데이터 이야기를 쉽게 풀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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