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이터, 14년 전 저는 금융을 배우기 위해 유럽으로 갔어요
마이데이터, 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14년 전 이야기부터 시작할게요.
2011년 9월이었어요.
외환은행 차세대 CRM 구축 프로젝트 TFT에 참여하면서 이탈리아와 영국으로 9일간 벤치마킹 출장을 다녀왔어요.
액센츄어와 함께 유럽의 선진은행 7곳을 방문했는데, 당시만 해도 저는 한국보다 한참 앞서 있는 금융을 직접 보고 배우러 간다는 마음이 더 컸어요.
특히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이탈리아의 Che Banca!였어요. 은행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기존 은행과는 분위기가 달랐어요.
단순 입출금 업무는 대부분 자동화되어 있었고, 직원들은 오직 고객 상담과 금융상품 제안에 집중하고 있었어요.
무엇보다 놀랐던 것은 고객이 아이를 데리고 오면 별도의 직원이 놀이방에서 아이를 돌봐주는 서비스였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저는 이런 생각을 했어요.
“이게 진짜 고객 중심 금융이구나.” 출장을 마치고 돌아와 작성한 보고서에도 “우리도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내용이 가득했어요.
그때는 우리가 마이데이터의 방향을 배우는 입장이었어요
당시 유럽 은행들이 가장 많이 고민했던 것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고객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직원들이 단순 창구 업무를 넘어 상담과 마케팅까지 할 수 있을지, 그리고 고객에게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가 핵심 과제였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유럽 은행들이 고민했던 것들이 훗날 마이데이터가 추구하는 방향과 많이 닮아 있었어요.
그때는 그저 선진 금융을 배우는 입장이었지만, 그 경험은 이후 제가 금융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동안 계속 기준이 되어주었어요.
마이데이터, 14년이 지나자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시간이 흘러 저는 마이데이터 구축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어요. 오픈뱅킹, 마이데이터, 마이데이터 2.0까지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문득 2011년 유럽에서 봤던 모습들이 자주 떠올랐어요.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방향, 직원이 단순 업무보다 상담에 집중하는 환경, 고객 중심으로 금융을 다시 설계하려는 생각까지.
14년 전 유럽에서 보았던 모습이 이제 한국에서도 하나씩 현실이 되고 있었어요.
더 놀라웠던 것은 반대의 변화였어요.
예전에는 우리가 배우러 갔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의 마이데이터 구축 사례를 참고하려는 해외 관계자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었어요. 그 모습을 보며 저는 한국 금융이 정말 많이 발전했다는 것을 실감했어요.
마이데이터, 한국은 왜 세계의 관심을 받을까요
프로젝트를 직접 경험한 입장에서 보면 이유는 분명했어요.

▲ 마이데이터, 한국이 세계의 관심을 받는 3가지 이유 (직접 재구성)
첫째는 속도였어요. 데이터 3법 개정 이후 짧은 기간 안에 금융권 전체가 함께 움직였고, 수백 개 금융기관이 동시에 서비스를 시작했어요.
둘째는 범위였어요. 은행과 카드는 물론 보험, 투자, 연금까지 하나의 체계 안에서 연결했고, 지금은 공공과 의료 분야까지 조금씩 확대되고 있어요.
셋째는 현장 적용이었어요. 최근에는 영업점에서도 마이데이터를 활용하는 대면서비스까지 구축되면서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어요. (은행들이 이 경쟁에서 어떤 전략을 택했는지는 23편에서 더 자세히 다뤘어요.) 이런 부분은 해외에서도 관심 있게 바라보는 요소라고 생각해요.
마이데이터, 물론 아직 배워야 할 것도 많아요
그렇다고 한국이 모든 면에서 앞서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영국은 핀테크 생태계가 훨씬 활발하고, 호주는 금융을 넘어 에너지와 통신까지 데이터 활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어요.
일본은 소비자가 자신의 데이터 활용에 대한 보상을 받는 다양한 모델을 시도하고 있고요.
우리도 제도를 만드는 데서 멈추지 말고, 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가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이데이터, 14년 전 벤치마킹이 제게 남긴 가장 큰 의미였어요
2011년 유럽 출장에서 저는 선진 금융을 배우고 돌아왔어요. 그리고 14년이 지난 지금은 마이데이터 구축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면서 한국 금융의 변화를 현장에서 경험하게 됐어요.
그 시간을 돌아보면 금융 혁신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느끼게 돼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고, 제도가 만들어지고, 수많은 프로젝트와 시행착오를 거친 뒤에야 비로소 고객이 체감하는 서비스가 완성됐어요.
그래서 저는 지금도 한국 마이데이터를 세계 최고라고 말하기보다, 세계와 함께 발전하고 있는 서비스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14년 전에는 우리가 배우러 갔고, 지금은 한국의 마이데이터 구축 사례를 참고하려는 해외 관계자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서로 배우며 더 좋은 금융을 만들어가는 것이 진짜 혁신이라고 생각해요.
다음 편에서는 제가 4년 동안 참여했던 마이데이터 프로젝트를 돌아보며, 불가능하다고 했던 서비스가 TV 광고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뱅커노트 (Banker’s Note)
30년 금융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디지털 금융과 마이데이터 이야기를 쉽게 풀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