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 데이터를 모으는 것과 활용하는 것은 다르다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은행에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쌓이기 시작했어요. 고객의 타행 계좌 정보, 카드 사용 내역, 보험 현황, 투자 포트폴리오까지.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고객의 전체 금융 그림이 처음으로 보이기 시작했죠. 그런데 문제가 있었어요. 데이터는 쌓이는데, 그 데이터를 실제 비즈니스에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어요.
쉽게 말하면, 데이터를 ‘조회’만 하는 수준이 아니라, 실제 영업·마케팅·분석에 활용할 수 있게 만드는 내부 플랫폼이 필요했던 거예요. 마케팅 담당자가 타겟 리스트를 뽑으려면 분석 전문 직원에게 일일이 부탁해서 수기로 추출해야 했어요. 보고서도 수작업으로 만들었고, 매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죠.
2022년~2023년 저는 하나은행 마이데이터 정보업무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수행했습니다. 데이터를 진짜 자산으로 만드는 작업이었어요.
왜 정보업무시스템이 필요했나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이 지났을 때, 하나은행 내부에서 이런 목소리가 나왔어요. 은행 영업 담당자 입장에서는요. “손님 성향과 현황을 사전에 파악하기 어려워서, 저인망식으로 권유하고 문자를 보내고 있어요. 히트율은 떨어지고 고객도 부담스러워해요.” 고객 입장에서는요. “내가 선호하지 않는 상품을 매번 제안 받으니 방문도 부담스럽고 문자도 전화도 받기 싫어요.“
이 두 가지 불편함의 공통된 원인은 하나였어요. 고객에 대한 사전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이데이터로 데이터는 쌓이고 있었지만, 그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영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거든요.
실제로 당시 하나은행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경쟁사 대비 늦게 출발했지만 빠르게 따라잡아 2022년 9월 가입자 수 200만명을 돌파했어요. 서비스 라인업은 어느 정도 갖춰졌는데, 이제는 쌓인 데이터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다음 경쟁의 핵심이었습니다.
AS-IS — 시스템의 5가지 한계
프로젝트 시작 전 현황을 분석해보니 여러 문제점이 있었어요.
| 문제 | 내용 |
|---|---|
| 짧은 데이터 보관 기간 | 이용자 로그가 2개월만 보관되어 심층 분석 불가 |
| 체계적인 DB 부재 | 마케팅 타겟리스트를 매번 수기로 추출 |
| 정형보고서 없음 | 통계 자료와 보고서를 모두 수기로 작성 |
| 스냅샷 데이터 추출 불가 | 과거 통계자료와 현재 시점 수치가 불일치 |
| 시스템 부하 문제 | 온라인 거래·수집·배치 작업 동시 수행으로 부하 발생 |
TO-BE — 정보업무시스템 구축 목표
이 프로젝트의 핵심 목표는 세 가지였어요.
목표 1 – 손님을 빠르고 정확히 파악하는 환경 마련
마이데이터 데이터를 은행 CRM 데이터, 행동 데이터, 세분화 데이터와 결합해서, 통합 개인화 데이터 마트(Data Mart)를 구축했어요. 쉽게 말해 고객 데이터를 목적별로 빠르게 분석할 수 있도록 정리한 전용 데이터 저장소예요.
데이터 마트 구성이에요.
- 마이데이터 정보 (타행 자산·부채·보험·연금)
- 은행 내부 CRM 데이터
- 하나합 이용 로그 (행동 데이터)
- 손님 세분화 정보 (파생 데이터)
- 마케팅 이력 데이터
이 다섯 가지를 결합하면 고객 한 명 한 명에 대한 정밀한 그림이 만들어져요.
목표 2 – 마케팅·손님관리 지원 체계 구축
수기로 뽑던 타겟리스트를 SQL 없이 조건검색만으로 뽑을 수 있게 됐어요. 마케팅 주제별, 이벤트별 DB를 구축해서 빠르게 타겟을 설정하고, 영업점, 손님케어센터, 본부에서 공유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었습니다.
목표 3 – 업무 효율성 증대
수기 보고서를 정형보고서로 전환하고, 가입 손님 현황·업권별 기관별 연결 현황 등을 자동으로 생성하는 시스템을 구축했어요.
시티은행 대환 대출 마케팅 사례 — 2.4배의 증거
이 프로젝트의 필요성을 입증한 결정적인 사례가 있어요. 2022년 7월, 시티은행이 소비자 금융에서 철수하면서 은행에서 대환 대출 마케팅을 실시했어요.
| 구분 | 발송 건수 | 신청 건수 | 반응률 |
|---|---|---|---|
| 마이데이터 미활용 (리테일사업부) | 약 35만 건 | 약 3만 5천 건 | 약 10% |
| 마이데이터 활용 (마이데이터사업부) | 9천 건 | 약 2천 2백 건 | 약 24.7% |
마이데이터를 활용했을 때 반응율이 2.4배 높았어요. 이 숫자가 모든 것을 설명해줬어요. 마이데이터로 고객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맞춤형 제안을 했을 때 실제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진다는 것을요. 하지만 이 마케팅을 준비하면서 너무 불편했어요. 타겟리스트를 수기로 추출해야 했고, 마케팅 동의 검증도 수동으로 해야 했어요. 이 경험이 정보업무시스템 구축의 가장 강력한 동기가 됐습니다.
현장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어려웠던 건 데이터 품질 문제였어요. 마이데이터로 들어오는 데이터가 항상 깨끗하지 않았거든요. 기관마다 데이터를 보내는 주기가 달랐고, 형식도 미묘하게 달랐어요. 이 데이터를 정제하고 표준화해서 마트에 쌓는 과정이 정말 힘들었습니다.
또 하나의 어려움은 현업과의 소통이었어요. 마케팅 담당자들이 원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구현 가능한 것과 항상 일치하지 않았어요. “이런 조건으로 타겟을 뽑고 싶다”는 요구사항을 데이터와 시스템 제약 안에서 구현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독자가 알아야 할 것 — 은행이 나를 이렇게 본다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서 은행이 고객을 바라보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이전에는 은행이 보유한 자행 데이터만으로 고객을 파악했어요. 이제는 마이데이터로 타행 계좌·대출·보험까지 전체 금융 현황을 파악할 수 있게 됐죠.
좋은 면 — 내 상황에 맞는 정말 유리한 제안을 받을 수 있어요. 타행 대출 금리가 높다면 더 낮은 금리 상품을, 타행 적금 만기가 다가오면 더 높은 금리 상품을 적절한 타이밍에 제안받을 수 있어요.
주의할 점 — 이 모든 것은 내가 마이데이터에 동의한 범위 안에서만 이루어져요. 마케팅 동의를 하지 않으면 이런 개인화 마케팅 대상이 되지 않아요. 동의 여부는 언제든지 내가 설정할 수 있어요.
마치며 — 데이터가 자산이 되는 순간
마이데이터 정보업무시스템 구축은 단순한 IT 프로젝트가 아니었어요. 쌓여있는 데이터를 진짜 가치 있는 자산으로 전환하는 작업이었습니다. 영업점 직원이 고객을 더 잘 이해하고, 마케팅이 더 정확해지고, 고객은 더 유리한 제안을 받을 수 있게 됐어요.
이 경험이 이후 마이데이터 API 2.0, 영업지원시스템, 대면서비스 구축으로 이어지는 기반이 됐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마이데이터 2.0이란 무엇인지, 1.0과 어떻게 다른지 정리해드리겠습니다.
뱅커노트 (Banker’s Note)
30년 금융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디지털 금융과 마이데이터 이야기를 쉽게 풀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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