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업자 마이데이터, 왜 아직도 시작하지 못했을까

개인사업자 마이데이터, 3년째 “곧 시작합니다”라는 말을 듣고 있어요

2023년 봄이었어요.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들어오는데 옆자리 유 팀장님이 두꺼운 회의 자료를 들고 돌아왔어요. 표정이 많이 지쳐 보였어요.

저를 보더니 의자에 앉으며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전무님, 오늘도 결론 못 났습니다. 점심도 제대로 못 먹고 회의만 하고 왔어요.”

저는 웃으면서 물었어요. “이번에는 또 뭐 때문에요?” 유 팀장님은 한숨을 쉬며 회의 내용을 이야기해주셨어요.

“은행끼리는 어떻게든 맞춰가고 있는데 이번에는 국세청, PG사, 배달 플랫폼까지 연결하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참여 기관이 너무 많아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이건 금융 마이데이터보다 훨씬 어려운 프로젝트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 금융권에서는 개인사업자 마이데이터 도입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었어요. 회의는 계속 열렸고, 은행들도 예산을 검토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서비스는 시작되지 않았어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제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이 하나 있어요. “곧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 ‘곧’이라는 시간이 생각보다 훨씬 길어지고 있어요.

마이데이터, 개인사업자용이 어려운 이유를 저는 현장에서 느꼈어요

많은 분들이 “개인 마이데이터도 만들었는데 개인사업자도 비슷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세요.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하지만 프로젝트를 지켜보면서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개인 마이데이터는 대부분 금융회사끼리 데이터를 연결하면 됐어요. 은행, 카드사, 보험사, 증권사. 힘들긴 했지만 모두 금융권 안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였어요.

하지만 개인사업자 마이데이터는 전혀 달랐어요. 은행만 연결해서 끝나는 서비스가 아니었어요. 국세청도 연결해야 하고, 건강보험공단도 연결해야 하고, 카드 VAN사와 PG사, 배달 플랫폼, 정부 정책자금 기관까지 연결 대상이 계속 늘어났어요.

그때 저는 이런 생각을 했어요.

‘이건 금융 프로젝트라기보다 국가 프로젝트에 더 가깝다.’ 기술보다 참여 기관을 하나의 방향으로 움직이는 일이 더 어려워 보였어요.

마이데이터 2.0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어요

사실 이런 경험은 처음이 아니었어요.

마이데이터 2.0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거든요. 당시에는 PG사와 배달 플랫폼 데이터를 함께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됐어요.

저도 그 데이터가 연결되면 정말 다양한 서비스가 나올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어요.

예를 들어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장님이라면, 배달 비중, 매출 증가 추이, 판매 채널, 업종별 소비 패턴까지 분석해서 지금보다 훨씬 정교한 금융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현실은 달랐어요. 회의를 여러 번 했지만 결론은 하나였어요. “지금은 어렵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데이터를 제공할 시스템 자체가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었어요.

누군가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야 했고, 누군가는 그 비용을 부담해야 했어요. 결국 좋은 아이디어였지만 실제 서비스에는 적용되지 못했어요.

그 일을 겪으면서 저는 한 가지를 다시 느꼈어요. 데이터를 연결하는 일은 기술보다 이해관계가 훨씬 어렵다는 것을요.

마이데이터, 개인사업자용이 늦어지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어요

제 경험으로 보면 가장 큰 이유는 세 가지였어요.

개인사업자 마이데이터가 늦어지는 3가지 이유

▲ 개인사업자 마이데이터가 늦어지는 3가지 이유 (직접 재구성)

은행끼리 API를 맞추는 데도 수년이 걸렸는데, 개인사업자 마이데이터는 금융기관뿐 아니라 공공기관과 민간기업까지 함께 움직여야 해요.

개인사업자 데이터는 개인 데이터와 성격이 달라서,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는지·어디까지 동의를 받아야 하는지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도 남아 있어요.

그리고 참여 기관이 많아질수록 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기가 쉽지 않아서, 회의는 길어지고 합의는 늦어지고 서비스 일정도 자연스럽게 뒤로 밀릴 수밖에 없어요.

그래도 저는 개인사업자 마이데이터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은행에서 근무할 때 만났던 자영업 사장님들의 공통적인 어려움이 하나 있었어요. 사업용 통장은 은행 앱에서 보고, 카드 매출은 카드사에서 확인하고, 세금은 홈택스, 정책자금은 또 다른 사이트에서 확인해야 했어요.

정보는 모두 있는데, 한 곳에서 볼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저는 개인사업자 마이데이터가 시작되면 가장 크게 달라지는 것은 대출이 아니라 사업을 바라보는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매출과 매입, 세금, 대출, 정책자금, 사업용 자산까지 한 화면에서 관리할 수 있다면, 사장님 스스로도 자신의 사업을 훨씬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될 거예요.

저는 이것이 개인사업자 마이데이터가 가진 가장 큰 가치라고 생각해요.

마이데이터, 지금부터 준비하면 나중에 훨씬 편해져요

서비스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고 해서 준비할 것이 없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지금이 가장 좋은 준비 기간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권하고 싶은 건 네 가지예요.

  • 사업용 계좌와 개인 계좌를 분리해 관리하기
  • 세금 신고를 꾸준하고 정확하게 하기
  • 카드 매출과 전자결제 기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 정책자금 이용 이력과 상환 이력을 잘 유지하기

이런 데이터들이 앞으로는 사업자의 신뢰를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가 될 가능성이 커요.

개인사업자 마이데이터,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도 방향은 바뀌지 않을 것 같아요

개인 마이데이터도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서비스는 아니었어요. 법이 바뀌고, 표준을 만들고, 기관을 연결하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했어요.

개인사업자 마이데이터도 같은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현장에서 조금씩 준비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오히려 확신이 생겼어요. 시간은 걸리더라도 결국 시작될 서비스라는 확신이에요.

그리고 그날이 오면, 미리 준비한 사장님과 그렇지 않은 사장님의 차이는 생각보다 클지도 몰라요.

저는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볼 때마다 ‘언제 시작하느냐’보다 ‘왜 늦어지는가’를 먼저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개인사업자 마이데이터는 그 이유를 가장 많이 고민하게 만들었던 프로젝트였어요.

다음 편에서는 많은 분들이 헷갈려하는 오픈뱅킹과 마이데이터의 차이를 실제 구축 경험을 바탕으로 쉽게 설명해드릴게요.


뱅커노트 (Banker’s Note)
30년 금융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디지털 금융과 마이데이터 이야기를 쉽게 풀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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