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이터, “어머니 대신 가입해드리면 안 될까요?”라는 질문을 받았어요
2024년 마이데이터 대면서비스 구축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였어요.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저는 마이데이터사업부 송 차장님과 함께 영업점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몇몇 직원들과는 직접 인터뷰도 했어요.
저희가 가장 궁금했던 것은 하나였어요.
“현장에서 고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은 무엇일까?” 직원들이 가장 많이 들었다고 이야기한 질문도 하나였어요.
“어머니가 스마트폰을 잘 못하시는데 제가 대신 가입해드리면 안 될까요?”
안타깝지만 당시에는 불가능했어요. 마이데이터는 본인 명의 휴대전화로 직접 인증하고 직접 동의해야 하는 구조였기 때문이에요. 가족이라도 대신 가입하거나 동의할 수 없었어요.
그 질문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어요. 마이데이터는 고객을 더 편리하게 만들기 위해 시작한 서비스인데, 정작 가장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들은 이용하기 어려운 현실이 있었거든요.
그때부터 저희 프로젝트의 목표도 조금 달라졌어요. ‘어떻게 하면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도 마이데이터를 쉽게 이용할 수 있을까?’
마이데이터, 문제는 시스템보다 사람이었어요
많은 분들은 고령층이 스마트폰을 잘 다루지 못해서 이용이 어렵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것도 이유였어요.
하지만 프로젝트를 하면서 제가 느낀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었어요. 인증 절차는 복잡했고, 동의 화면은 이해하기 어려웠고, 무엇보다 보이스피싱에 대한 불안감이 컸어요.
영업점에서 어르신들과 상담하다 보면 이런 말씀을 자주 하셨어요.
“은행 정보를 이렇게 보여줘도 괜찮은 거예요?”
그 질문을 들을 때마다 저는 다시 한번 느꼈어요. 기술보다 먼저 해결해야 하는 것은 고객의 신뢰라는 사실을요.
그래서 마이데이터는 영업점으로 들어오게 됐어요
금융위원회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이데이터 대면서비스를 추진했고, 저도 그 구축 프로젝트에 참여했어요.
프로젝트에서 가장 많이 고민했던 것은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일이 아니었어요.
영업점 직원이 고객에게 어떻게 쉽게 설명할 수 있을지, 어르신이 불안하지 않게 동의 절차를 진행할 수 있을지, 그리고 창구 상담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을지를 계속 고민했어요.
2025년 11월 대면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이제는 영업점에서도 직원과 함께 마이데이터를 조회하고 상담할 수 있게 됐어요.
그 순간 1년 가까이 함께했던 프로젝트의 결과가 실제 서비스로 구현되는 모습을 보니 정말 뿌듯했어요.
마이데이터,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아직도 잊히지 않아요
대면서비스가 시작된 뒤 영업점 직원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어요. 처음으로 서비스를 이용한 한 어르신이 화면을 보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해요.
“제 돈이 이렇게 여기저기 있었는지 오늘 처음 알았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도 괜히 뿌듯했어요.
프로젝트를 하면서 수없이 테스트했던 화면이 고객에게는 이런 의미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술을 만든 것이 아니라 고객의 불편을 하나 줄였다는 느낌이 더 컸어요.
마이데이터, 프로젝트를 마치고도 숙제는 많이 남아 있었어요
대면서비스가 시작됐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어요. 저는 시행 초기 영업점을 직접 모니터링하면서 또 다른 현실도 봤어요.
같은 시스템을 사용해도 상담이 자연스러운 직원이 있는 반면, 절차를 어려워하는 직원도 있었어요.
대면서비스는 일정 교육을 받고 권한을 부여받은 직원만 담당할 수 있었고, 짧은 교육만으로는 실제 상담을 익히기에 부족한 부분도 있었어요.
결국 좋은 시스템도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비로소 가치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다시 느꼈어요.
마이데이터, 디지털 포용은 기술보다 사람에게서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이 남아 있어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영업점이 없는 지역의 고객, 디지털 기기가 익숙하지 않은 분들을 위한 고민도 계속 이어져야 해요.
하지만 저는 방향만큼은 분명하다고 생각해요. 금융은 더 편리해져야 하지만, 그 편리함은 디지털에 익숙한 사람만의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30년 동안 금융 현장에서 일하면서 제가 얻은 결론도 같았어요.
좋은 금융 서비스는 기능이 많은 서비스가 아니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였어요.
그리고 저는 디지털 금융도 결국 사람을 위한 기술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금융. 그것이 제가 마이데이터 프로젝트를 하면서 가장 크게 배운 점이었어요.
다음 편에서는 한국의 마이데이터가 해외와 비교하면 어느 수준까지 와 있는지, 글로벌 마이데이터의 흐름과 함께 이야기해볼게요.
뱅커노트 (Banker’s Note)
30년 금융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디지털 금융과 마이데이터 이야기를 쉽게 풀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