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은 빨리 갚을수록 좋을까? 대출팀장으로 일하며 배운 진짜 답

“목돈이 생기면 대출부터 갚아야겠죠?”

대출 팀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출은 하루라도 빨리 갚는 것이 무조건 이득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수많은 고객을 상담하면서 제가 배운 것은 조금 달랐습니다.

대출은 빨리 갚는 것보다, 어떤 상품을 선택했고 언제 갚느냐가 더 중요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 사실을 가장 강하게 느꼈던 고객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한 달 만에 다시 찾아온 윤 차장님

대기업에 근무하던 윤 차장님(가명)이 약 6천만 원의 자금이 필요하다며 상담을 받으러 오셨습니다. 상담을 하던 중 제가 자연스럽게 질문했습니다.

“혹시 이 돈은 얼마나 사용하실 예정이신가요?”
“성과급이 나오면 바로 갚을 수도 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는 일반 신용대출보다 마이너스통장(한도대출)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고, 돈이 생기면 언제든 자유롭게 상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한도대출은 일반 신용대출처럼 중도상환수수료 부담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고객에게 권했습니다. “단기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면 이 상품이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객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마이너스통장은 금리가 조금 더 높잖아요.”

결국 고객은 일반 신용대출을 선택했습니다. 저는 중도상환수수료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설명드렸고, 약정서에도 관련 내용이 기재되어 있음을 함께 확인한 뒤 서명을 받고 대출을 실행했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한 달 뒤

약 한 달이 지나 윤 차장님이 다시 지점을 찾아오셨습니다. 성과급이 지급되어 대출금을 모두 갚으러 오신 것이었습니다. 저는 상환 금액을 계산한 뒤 중도상환수수료가 발생한다고 안내드렸습니다. 순간 고객의 표정이 굳었습니다.

“대출을 빨리 갚겠다는데 왜 수수료를 내야 합니까?”

저는 상담 당시 설명드렸던 내용과 고객이 직접 서명한 약정서를 다시 보여드렸습니다. 약정서에는 중도상환수수료 조건이 명확하게 적혀 있었습니다. 하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은행은 돈을 빨리 돌려받는데 왜 내가 수수료를 내야 하죠?” 그 마음도 충분히 이해됐습니다.

그러나 중도상환수수료는 담당 직원이 임의로 없애거나 조정할 수 있는 항목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은행 규정에 따라 고객은 중도상환수수료를 부담하고 대출을 상환했습니다.

그날 상담은 예상보다 오래 이어졌고, 저에게도 상당히 힘든 하루로 남았습니다.

그 이후 제 상담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그 일을 겪고 난 뒤부터 저는 고객에게 중도상환수수료를 설명하는 시간이 훨씬 길어졌습니다.

예전에는 “중도상환수수료가 있습니다”라고 설명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설명하는 것과 고객이 기억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 이후부터는 고객이 단기간 사용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성과급은 언제 들어오십니까?”, “예금 만기가 언제입니까?”, “혹시 중간에 갚으실 계획은 없으십니까?” 이런 질문까지 하나씩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일반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의 중도상환수수료 조건을 비교하는 그림

▲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의 중도상환수수료 조건 차이를 표현한 그림 (직접 재구성)

금리만 보고 선택하면 놓치는 것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대출을 비교할 때 금리만 보십니다. 물론 금리는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다음 세 가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 얼마나 사용할 돈인가 — 몇 년 동안 사용할 자금인지, 몇 달 뒤 갚을 가능성이 있는 자금인지에 따라 적합한 상품이 달라집니다.
  • 중도상환 가능성은 없는가 — 목돈이 생기면 바로 갚을 계획이라면 중도상환수수료가 없는 상품이 더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 전체 비용을 계산해 보았는가 — 금리가 조금 낮더라도 중도상환수수료가 발생하면 오히려 총비용이 더 커질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금리가 조금 높더라도 자유롭게 상환할 수 있는 상품이 결과적으로 더 경제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중도상환수수료는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중도상환수수료는 대출을 약정 기간보다 일찍 상환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비용입니다. 다만 모든 대출이 같은 조건은 아닙니다.

금융기관과 상품, 대출 실행 시기에 따라 조건이 달라질 수 있으며, 일정 기간이 지나면 면제되는 상품도 있습니다. 또 일부 상품은 매년 일정 금액까지 수수료 없이 상환할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상담할 때 항상 고객에게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대출 금리만 보지 마시고 중도상환수수료 조건도 꼭 함께 확인하세요.” 그 한마디가 몇백만 원의 차이를 만드는 경우도 실제로 여러 번 있었습니다.

여러 대출이 있다면 무엇부터 갚아야 할까요

목돈이 생겼다고 해서 무조건 아무 대출이나 먼저 갚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일반적으로는 금리가 높은 대출부터 줄이는 것이 유리합니다. 다만 중도상환수수료가 남아 있다면 지금 갚는 것이 정말 이득인지 먼저 계산해 봐야 합니다.

실제로 상담하면서 심리적으로는 작은 대출부터 없애고 싶어 하는 고객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숫자로 계산해 보면 금리가 높은 대출을 그대로 두는 것이 더 큰 손해인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금리가 높은 대출부터 갚아나가는 상환 순서를 보여주는 그림

▲ 금리 순서로 대출을 갚아나가는 흐름을 표현한 그림 (직접 재구성)

결국 중요한 것은 ‘순서’보다 ‘계획’이었습니다

30년 가까이 금융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느낀 것이 하나 있습니다. 대출을 빨리 갚는 사람이 항상 가장 유리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떤 상품을 선택했는지, 언제 갚는지, 무엇부터 갚는지, 이 세 가지가 훨씬 중요했습니다.

윤 차장님 사례도 조금만 다른 상품을 선택했다면 불필요한 중도상환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었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지금도 누군가 저에게 “목돈이 생겼는데 바로 갚을까요?”라고 묻는다면 저는 먼저 이렇게 답합니다.

“오늘 갚으면 중도상환수수료가 얼마인지부터 확인해 보셨습니까?”

그 질문 하나가 생각보다 큰 돈을 아껴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 중도상환수수료와 면제 조건은 금융기관, 상품, 대출 실행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확한 조건은 반드시 이용 중인 금융기관과 대출 약정서를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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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커노트 (Banker’s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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