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이터 2.0 대면서비스 구축, 영업점을 바꾼 디지털 프로젝트

마이데이터 대면서비스, 영업점에서 이 말을 들었어요

2023년 12월, 저는 마이데이터 영업점 활용 지원을 위한 시스템 구축 업무분석 단계에서 영업점 직원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었어요.

그중 아직도 기억에 남는 인터뷰가 있어요.

호남 지역 지점에서 근무하는 신 차장님께서 이런 이야기를 하셨어요.

“나이 드신 고객들이 가끔 지점에 오셔서 다른 은행에 계좌가 있는데 어느 은행인지 생각이 나지 않아 어떻게 알 수 없을까 하시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조금 젊은 시니어 고객분들께는 마이데이터 앱을 핸드폰에 설치하는 것을 도와드리고 거래했던 금융기관을 연결해서 도와드리고 있는데… 마이데이터 영업점 대면서비스를 하게 해주세요.

저는 “금융위에서 준비하고 있지 않을까요?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내주세요”라고 답했던 기억이 나요.

사실 이런 목소리는 신 차장님만의 이야기가 아니었어요.

저는 주기적으로 영업점 현장 직원들과 마이데이터 서비스 이용에 대한 모니터링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대부분의 의견이 어르신들에 관한 것이었어요.

“스마트폰을 잘 못 다루는 어르신들은 마이데이터 혜택을 전혀 못 받고 있어요.” “디지털이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아무리 좋은 서비스도 그림의 떡이에요.”

맞는 말이었어요. 마이데이터는 처음부터 비대면 앱 서비스로 설계됐어요. 스마트폰 사용이 서툰 고령층, 디지털 취약계층은 사실상 이용이 불가능했어요.

마이데이터 2.0 대면서비스 시행 발표, 은행은 어떻게 대응했나

저는 2024년~2025년 모 시중은행 마이데이터 2.0 대면서비스 구축 프로젝트를 직접 수행했어요.

2024년 4월 4일, 한창 마이데이터 영업지원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로 정신이 없을 때였어요.

그날도 프로젝트 회의 중이었는데, 금융위원회에서 마이데이터 2.0 추진방안을 발표하면서 오프라인 대면 가입·조회·활용을 허용하기로 한 거예요.

사실 저는 발표 날짜만 기다리고 있었어요.

금융위에서 발표하기 전에 이미 은행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에게 설명과 방식 등을 논의하는 과정을 거쳤거든요. 은행들은 기정사실화하고 미리 준비하고 있었어요.

발표 자료를 다시 점검하면서 프로젝트 범위와 개발 항목들을 정리했는데, 금융위가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하지 않아 각 은행 담당자들은 단톡방을 개설해서 대응하고 있었어요.

저의 가장 큰 고민은 두 가지였어요.

개인정보 인증을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가,

그리고 업무 범위와 권한을 어느 직원에게 어디까지 줄 것인가.

금융위도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개인인증서 발급이었어요. 수개월에 걸친 논의 끝에 금융결제원을 통한 1회성 인증서를 발급해서 사용 후 자동 폐기하는 방식으로 결정했어요.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마이데이터 대면서비스 활용 프로세스

▲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마이데이터 활용 프로세스 (출처: 금융위원회 2024.4.4 보도자료)

마이데이터 대면서비스 구축 현장, 가장 어려웠던 3가지

① 본인인증 방법 개발

금융위의 본인인증 절차와 방법이 정해지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 금융결제원과 연결하고 표준 API를 어디서 개발해야 되지?”였어요.

관련 부서를 체크해보니 개인정보보호부, 네트워크팀, 대외계팀, 보안서버담당팀, 시스템아키텍처팀, IT 마이데이터팀 등 많은 팀들이 엮여 있었어요. 경험상 이런 회의가 가장 짜증나는 회의가 될 거라 미리 예상했어요.

예상대로였어요. 회의 시작하자마자 대외계 김 팀장님은 “우리는 해줄 것 없어요. 네트워크팀에서 금융결제원과 전용라인이 이미 있으니 그것을 이용하세요”라고 했어요.

보안서버 담당 직원은 “보안솔루션 라이선스 약 4천만원이 들어가니 예산 받아서 구매해주세요”라고 했어요. 그리고 회의실 참석자 모두 “API 개발은 프로젝트팀에서 하는 거죠?”였어요.

이와 관련해서 10차례는 회의를 한 것 같아요. 우여곡절 끝에 전용라인을 통해 프로젝트팀에서 개발을 담당하고, 보안 라이선스 추가 비용도 확보해서 구매했어요.

② 동의서와 스마트 창구 연결 개발

또 하나의 과제는 각종 동의서와 전자서식을 스마트 창구 태블릿 PC와 연결하는 개발이었어요. 다행히 스마트창구 팀장이 잘 아는 후배인 홍 팀장이었어요.

처음부터 적용까지 가장 많이 함께 가야 할 팀이라 신경을 안 쓸 수 없었어요.

저는 커피 10잔과 도너츠 1박스를 사들고 방문했어요. 처음 해보는 스마트 창구 연결 개발 설계라 바짝 긴장하고 회의를 했는데, 진행 과정은 순탄치 않았어요. 영업점 단말기와 태블릿의 전자 서명 연계 부분이 특히 어려웠어요.

③ 직원 권한 부여와 관리 시스템 개발

현직에 있을 때 시스템 사용권한 관리 시스템을 설계하고 구축해서 운영했던 경험이 있어서 이 부분은 자신 있었어요. 하지만 세월이 많이 흘렀기 때문에 현재 운영 시스템에 대한 분석이 필요했어요.

현업 송 차장님은 “지금 비슷한 업무들이 있으니 마이데이터 업무 하나 추가해서 사용하자”고 했어요.

저는 “이 부분은 쉽게 해결되겠구나”라고 생각하고 회의에 참석했는데, 단말인프라팀 김 팀장님 첫 마디는 “별도로 개발해서 사용하세요”였어요. 우여곡절 끝에 일부 기능만 사용하고 나머지 90%는 제가 직접 설계해서 개발하도록 했어요.

마이데이터 대면서비스 본인 인증, 어떻게 해결했나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어려웠던 건 대면 동의 절차를 설계하는 것이었어요. 비대면 마이데이터는 고객이 스마트폰에서 직접 인증하고 동의하면 됐어요. 그런데 대면은 달랐어요.

창구 직원들과 설계 과정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이거였어요.

“직원이 대신 동의 버튼을 눌러줘도 되나요?” “대면 동의를 받으면 비대면 동의와 동일한 효력이 있나요?”

저는 개발 과정에서 금융결제원 API 담당이신 최 계장님과 1회용 인증서 발급 테스트를 위해 여러 번 통화했어요. 내부적으로 너무나 힘든 여정이었지만, 결국 본인 인증 프로세스가 완성됐어요.

고객이 직접 전자서명하고, 금융결제원 1회용 인증서를 직접 발급받고,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대면 동의 절차를 완성했어요.

1회용 인증서는 업무가 끝나면 자동으로 폐기되고, 폐기됐다는 메시지가 고객에게 SMS로 전송되도록 개발했어요.

마이데이터 대면서비스, 이렇게 이용하면 돼요

① 마이데이터 가입 절차와 상담직원 지정

고객은 영업점을 방문하면 먼저 마이데이터 서비스 가입을 해야 해요. 각종 동의서를 작성한 다음 상담 가능한 직원을 지정하면 마이데이터 영업점 대면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요.

상담직원 지정과 해제 방법을 설계하는 데도 꽤 오래 걸렸어요. 금융위 가이드라인은 지정된 직원이 고객이 해지하지 않으면 계속 그 고객을 상담할 수 있도록 했는데, 저희는 많은 논의와 검증을 통해 영업점 대면서비스 이용 시점에 새롭게 직원이 지정되는 방식으로 개발했어요.

② 대면 상담 서비스 이용

영업점에서 가입한 고객이든 기존 마이데이터 가입 고객이든 해당 직원을 지정해서 상담을 받을 수 있어요. 고객은 자신의 모든 계좌정보를 볼 수 있지만, 직원은 제한된 범위 안에서만 볼 수 있도록 구현했어요.

이 부분이 구축에서 제일 힘들었어요. 고객에게 자료를 줄 때도 직원은 볼 수 없게 하기 위해 화면을 블라인딩 처리하는 등 개발에 애를 먹었어요. 그때마다 스마트창구팀 개발자 피 대리님이 짜증 없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③ 동의 철회 가능

고객은 대면 창구에 오셔서 언제든 동의 철회가 가능해요.

대면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신분증을 지참해서 가까운 영업점을 방문하시면 돼요.

창구에서 직원에게 “마이데이터 대면서비스를 이용하고 싶다”고 말씀하시면 직원이 동의 절차를 안내해드려요.

창구 직원이 고객의 마이데이터를 볼 수 있는 건 고객이 동의했을 때만이에요.

고객이 동의하지 않으면 직원은 절대 볼 수 없어요.

마이데이터는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에요

2025년 11월 20일, 마이데이터 대면서비스가 공식 시행됐어요. (출처: 금융위원회 2025.11.19 보도자료) 처음으로 대면서비스를 이용한 어르신 고객이 창구에서 본인의 전체 금융 현황을 한눈에 보는 순간, 직원들이 전해준 말이 있어요.

“이게 다 내 돈이에요? 여기저기 있었는데 이렇게 한 번에 보이네요.”

그 한마디가 이 프로젝트를 왜 해야 했는지를 가장 잘 설명해줬어요. 스마트폰이 없어도, 디지털이 서툴러도, 영업점에 방문하면 마이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게 됐어요.

마이데이터 초기 구축부터 2.0 대면서비스까지, 6개 프로젝트를 직접 수행하면서 느낀 게 있어요.

좋은 기술은 모든 사람이 쓸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것이에요.

다음 편에서는 AI와 마이데이터가 만나는 초개인화 금융의 시대, 앞으로 우리 금융 생활이 어떻게 달라질지 이야기해드릴게요.


뱅커노트 (Banker’s Note)
30년 금융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디지털 금융과 마이데이터 이야기를 쉽게 풀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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